내가 주님을 만나는 그 자리
누가복음 19장 1~7절
독재자 사울에게 쫓겨 망명자 신세가 되어 있는 다윗이 아둘람굴에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400명이 아둘람굴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어떤 자들인가?
2절,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 가량이었더라”
한마디로, 인생 실패자, 사회 낙오자… 영어로는 ‘루저(Loser))’입니다. 남들은 금수저 물고 태어나는데 이들은 부모 덕도 없고, 직장 복도, 연애 복도 없는, 루저, 흙수저입니다. 이렇게 모인 400명,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들은 자기 처지에 원망하고 세상을 욕하고 아둘람 기도처의 종교에 중독되고… 그러지를 않았습니다. 저들은 다윗의 비전에 나팔꽃처럼 칭칭 감겨가면서 하나 같이 잘 성장했습니다. 400명이 600명이 되고, 비실비실 대던 사회낙오자들이 용사가 되어 사울의 정권을 넘어뜨리고 다윗의 정부를 세우면서 요직을 차지했습니다.
오늘 우리교회가 이런 사람들로 잘 자라고 있음에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고 여러분들의 애씀과 수고에 더 부흥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만약, 아둘람굴의 400명이 잘못 자랐다면 어찌되었을까요? 허구헌날 술이나 먹고 패싸움이나 하면서 원망하고 비관하고 쪼다로 살다 인생 종! 쳤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3절, 키가 작고… 키도 작고 꿈도 작고 생각도 작고 배려심, 이해심도 작고… 삭개오가 되었을 것입니다.
삭개오가 키가 작다고 했을 때 그냥 평균에서 약간 작은 사람이 아닙니다.
흠이 될 정도로 작은 사람입니다. 140~150cm 정도입니다. 2024년 대한민국 남자 평균키는 약 174.4cm~175.6cm 정도, 여성은 약 161.2cm~162.4cm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외모지상주의, 성형민국입니다. 무조건 얼굴은 예뻐야 하고 키는 커야 합니다. 그래야 연애는 물론 면접에서도 유리합니다.
1900년 이후, 23명의 미국 대통령 당선자 중에서 20명이 키가 큰 후보였고 3명만이 작은 후보입니다. 만인 기회의 땅 미국도 키 작게 태어나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만큼 손해입니다.
여기에서 작다는 것은 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작다는 것은 모자라다, 는 뜻입니다. 학벌이 모자라고 실력이 모자라고 얼굴이 모자라고… 집안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수저계급론에서 흙수저입니다. 흙수저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정상적인 금수저 계급으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두 가지 길로 나뉘게 됩니다.
첫 번째 길은, 자기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 노력합니다. 공부나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얻으면서 점점 작은 것을 극복해 나갑니다. 약점이 오히려 축복이 되는 경우입니다. 박정희는 165cm가 안 되었고 등소평은 150cm 정도였지만 12억 중국을 지배했습니다.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겠어요?
두 번째 길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가 되거나 심하면 인간관계와 집을 추가로 포기한 5포세대가 되는 것입니다. 포기하게 되면 현실이 견디기 어려우니, 벼락출세를 꿈꾸거나 도피해 버립니다. 그게 주식이나 마권, 비트코인…에 빠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올인하게 되면 술, 마약, 도박, 마작…에 빠져서 중독 현상이 됩니다. 중독은 사회생활, 대인관계가 거의 단절입니다. 교회 다녀도 이 굴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기에 예배나 찬양집회, 기도회에 참석해서 열정적으로 몸부림을 쳐보지만 종교중독에 빠지고… 집에 돌아오면 더 많이 허탈함을 느끼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요즘에 이런 현상들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빈부격차가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금수저는 금수저를 대물림해 주고 흙수저는 흙수저를 대물림해주기에 낮은 수저계급들은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삭개오도 태어나 보니 키가 작았습니다. 난장이는 아니었지만 결함이었습니다. 유대인은 키가 크고 여인들은 미인입니다. 이런 문화에서 키가 작은 남자로 살다는 것은 큰 핸디캡입니다.
그러면 흠이 될 만큼 작은 키로 태어난 사람이 어떻게 하면 무시당하거나 괄시받지 않고… 길에서 걸어갈 때 웃음거리가 되지 않고 높임의 신분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습니까?
삭개오는 돈에서 문제 해결을 찾았습니다.
키 작은 사람으로서 돈을 벌 직업은 없었습니다. 어부, 목자, 농부 목수가 있지만 키가 작은 사람이 할 만한 직업이 아니고 돈이 되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돈으로는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깔아뭉갤 수가 없는 것이지요.
생각해 낸 것이 ‘세리’라는 직업, 세관원입니다. 세리는 신약시대, 이스라엘이 로마제국의 식민지에 속하면서 생겨난 신생 직업입니다. 당시 세관원들의 영향력은 막강했습니다.
기본세-농산물 수확의 10분의 1(곡식), 5분의 1(과일),
소득세-십분의 1의 십일조,
인두세-14세에서 65세까지 세금
여기에 수입품과 수출품의 세금을 내는 관세, 국토 여행이나 다리를 건너는 통행세, 시장이나 항구에 들어가는 입장세, 차량세(짐 나르는 동물이나 마차에도 부과)… 등입니다.
삭개오는 세무공무원에 합격하면서 여리고세관에 근무했습니다. 요단강의 경계선에 있어 모든 상품과 일용품에 세금을 매기고 징수하는 짭짤한 세관이기에 수입도, 부수입도 많았습니다.
정부공무원과 결탁되면서 한 성읍에 세금이 모두 얼마다, 내 주면 다음에는 세리들이 알아서 다 해먹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악독한지 세리들을 ‘짜내는 놈’이라는 멸칭으로 비웃었습니다. 세금을 물기 없는 걸레 짜내는 것에 비유하기도 하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삭개오는 공부에 목숨을 걸었고 그 결과 세리가 되었고 엄청 골육을 짜내서 부자가 되고 뇌물을 주면서 2절, 세리장, 세관장이 되었습니다.
돈과 권력… 두 날개를 얻었습니다. 키 작다고 더 이상 누가 깔볼 수가 없습니다. 요즘 말로, 머리에 기름 바르고 호화 빌라에 살고 고급승용차에 운전수까지 데리고 거들먹거리지만 마음이 허합니다. 명예까지는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명예와 존경심이 따르지 않는 돈과 권력은 작은 키로 오는 열등감을 채워주지 못합니다. 성공하기 전에는 키 작은 것 하나만으로 자존심이 상하면 되었지만 성공한 후에는 노골적인 경멸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는 키 작은 사람에 하나 더 붙여 세리 놈, 죄인이 되고 만 것입니다.
유대인이 죄인으로 취급하는 3대 부류가 있는데 이방인, 창기, 세리입니다. 이방인은 혈통이 더러운 죄인입니다. 지옥 땔감으로 창조되었다는 말로 무시했습니다. 창기는 몸을 팔고 사는 더러운 죄인들입니다. 그녀들의 헌금은 성전에서 거부당했습니다(신23:18). 세리는 민족을 팔아먹는 배신자들입니다. 세리에게 딸을 줄 바에는 당나귀에게 주고 만다,는 말로 정죄했습니다. 세리들 돈 역시 "개 같은 자의 소득"(신23:18)이기에 성전에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헌금이 거절당했다는 것은 사람 그 자체를 거절당하는, 골욕감입니다.
한국에서는 세리는 아주 존경받습니다. 골프의 여왕 박세리, 지금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골프 선수들은 모두 ‘박세리 키즈(kids)’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삭개오는 돈과 권력이 있음에도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보세요. 예수님이 오신다는 소식에 3절, “예수께서 어떠한 사람인가 하여 보고자 하되 키가 작고 사람이 많아 할 수 없어”, 여기서도 '그 놈의 작은 키'가 문제였습니다. 사실은 작은 키의 문제가 아니라 신분의 키, 인간성의 키, 그릇의 키, 생각의 키가… 의도적으로 그를 깔보았고 막아버린 것입니다.
그렇다고 물러날 삭개오가 아닙니다. 로마정부의 공무원인 세리는 3~4개의 외국어-당시 유대공용어인 아람어, 헬라어, 히브리어, 라틴어까지 해야 합니다. 다민족이 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공부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삭개오도 근성이 있어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난처한 상황을 놓고 고심합니다.
삭개오는 현장에서는 해결방법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군중들 앞에서는 돈도 소용없고 권력도 힘이 없었습니다. 그는 두리번거리다가 저 입구 쪽에 돌무화과나무, 뽕나무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4절, 예수께서 그리로 지나가시게 됨이러라, 길목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리로 달려가 뽕나무에 올라 예수님께서 오시기만을 기다렸고 다음부터는 삭개오 인생에 최고의 날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것이고 죄책감을 벗게되고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습니다. 그건 성전도 아니라 뽕나무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평생을 위로 올려다보던 사람들을 이젠 뽕나무에서 처음으로 내려다보니, 모두 나보다 작은 사람들입니다. 12정탐꾼들처럼 공연히 그들을 두려워했고 그 앞에서 자신감없이 살았던 것입니다. 세상은 거인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눈의 비늘이 벗겨지니 내가 거인으로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내 설교에서 여러 차례 예화로 사용했는데…) 전설적인 헤어 디자이너 박준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14세에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아이스케끼 장사, 공사장 잡부, 편물 공장 직공, 고무신 가게 점원을 전전하다 22세 때에 친구를 만나러 YMCA 빌딩에 들어갔다가 미용실을 보는 순간 운명은 바뀌었습니다.
“그래, 초등학교 학벌인 내가 남들이 하는 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남자들이 하지 않는 미용사가 되면 성공할 수 있다!”
당시 미용업계에 남자 종업원은 없었습니다. “언니!”들만 가득한 미용실에서 그의 인기는 날로 치솟았습니다. 결국 박준씨는 미용 최고의 총수,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박준에게 뽕나무는 미용입니다. 학력 미달을 미용이라는 뽕나무에 올라가 더 높은 세상을 보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록의 대부'라는 가수 신중현은, <이젠 내려다보고 싶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키 크고 잘 생긴 외모로 인기를 얻었다면 지금처럼 음악에 전념하지 못했을 것이다. 키가 작은 게 음악생활에는 도움이 컸다”고 말합니다. 신중현의 뽕나무는 음악입니다. 음악으로, 기타로 큰 사람이 된 것입니다.
저는(교사의벗 발행인 강정훈 목사) 어려서 오른쪽 다리를 다쳤습니다. 이게 평생 내 열등감이고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신학교에 들어가서도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 없음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 19장의 이 본문을 읽고 은혜를 받았습니다. 나만큼이나 힘들었을 삭개오가 어떻게 변화의 삶을 살게되었을까, 그게 바로 뽕나무였습니다. 뽕나무가 인연이 되어 그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그걸 깨달은 것입니다.
나에게 뽕나무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소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글 쓰는 일입니다.
다리가 약하기에 남들처럼 걷기나 운동이나 활동에서는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작가가 되는 일은 머리와 손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작가에 꿈을 정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고…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고… 오랜 세월의 습작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 신학대학원 2학년 때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일류신문의 당선은 내게는 뽕나무였습니다. 거기서 바라보는 주님은 나를 향한 큰 계획을 갖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른쩍 다리를 약하게하시더니 글을 잘 쓰는 오른손을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이 오른 손으로 (컴퓨터를 쓰고부터는 양손) 많은 책들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고, 한국교회 제일의 출판사 두란노에서 조정민 목사님 다음으로 책을 많이 쓴 목사가 되었습니다. 글이라는, 문학이라는 ‘뽕나무’의 자리가 주는 축복입니다.
5절,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삭개오야… 예수님은 그리 불러주셨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게 이름을 불러주신 이는 나사렛 예수 그 분뿐입니다.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친구로 지내주겠다, 아브라함의 혈통으로는 대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뽕나무에서 내려오는 그 순간이 천사들이 볼 때는 하늘 뽕나무로 올라가는 모습일 것입니다.
결론
물길도 있고 바람길도 있는 것처럼, 은혜가 흐르는 길, 은혜를 만나는 길목이 있습니다. 은혜의 길목에 있어야 은혜가 지나갈 때 은혜를 받습니다. 술집 같은데 가서 있으면서 은혜가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그곳은 은혜가 흐르는 골목이 아닙니다. 백날 있어보아야 날밤 샙니다.
삭개오은 은혜를 받기에는 직업도 좋지 않았고 은혜가 지나가는 곳에 있었지만 키가 작아 사람들에게 치여 은혜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동선을 파악하고 뽕나무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은 조롱과 멸시의 장소입니다. 삭개오에게는 그곳이 은혜의 길목입니다. 체신도 내려놓고 사회적 신분도, 자존심도 내려놓고 그 대신 창피한 자리로 올라갔습니다. 사람들 눈에는 조롱의 자리였지만 그곳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합니다. 예수님은 그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까지 올라가면서 은혜를 사모하는 그 낮은 자세를 귀하게 보신 것입니다.
그 날 엄청 은혜를 받은 삭개오는 대단한 고백을 합니다. 8절 “소유의 절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남에게서 토색한 것을 4배나 갚겠다”. 자신감의 발로였습니다. 돈이 없으면 큰일 나는 줄 알던 사람이 이젠 돈에서 해방되고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 앞에 자신만만한 남자로 거듭났습니다. 신중현은 말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키가 아니라 자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여리고성에서 가장 키 작은 사람을 여리고성에서 가장 배포가 크고 멋진 남자로 만드신 그 예수님이 저만치 여러분에게로 걸어오십니다. 만나고 싶지 않으십니까? 은혜의 길목에서 기다리다 만나는 그 장소가 바로 뽕나무입니다. 우리교회가 바로 그 은혜의 길목 뽕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목사가 뽕나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뽕나무에서 박준처럼, 신중현처럼, 저처럼, 아니 삭개오처럼 모두 행복한 세상으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당신들이 오를 뽕나무는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요?
'주일 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교도 맛있다] 架上七言2. 십자가 위에서, 구원하시다! (0) | 2025.03.24 |
---|---|
[설교도 맛있다] 架上七言1. 십자가 위에서, 용서하시다(누가복음 23:32~34) (0) | 2025.03.23 |
사순절, 스스로를 괴롭게 하라!(레위기 23:26~32) (0) | 2025.03.22 |
[성찬예배]이제는 내 차례이다(마태복음 27:55, 56) (0) | 2025.03.21 |
[설교도 맛있다] 당신은 신사적인 크리스천입니까(사도행전 17:10~15) (0) | 2025.03.11 |